Released in 2026. 2. 25. Wed
Track List
- 옛이야기
- 리얼엠씨
- HAHA (feat. GGM Kimbo)
- onemic (feat. Lov3rboi)
- 따라해
- 머
- 리얼엠씨 (feat. EK, 남궁만, hu57la, 이슬림탄탄 & 치트키)
리얼엠씨라. 한국 힙합 그 약 30년의 역사가 흘러오는 동안 수도 없이 불린 그 이름, 리얼엠씨라. 누구는 스스로를 리얼엠씨라 일컬었고 누구는 또 다른 누구를 리얼엠씨라 일컬었던 그 30년, 리얼엠씨라는 명칭은 곧 한국 힙합과 같다고 봐도 좋겠다. ‘리얼’과 ‘엠씨’ 두 단어는 이제까지의 한국 힙합에 있어서 너무나도 핵심적인 개념이었다. 엠씨의 자격에 대해 논한 셀 수 없이 많은 가사들이 존재하며 누가 리얼하고 리얼하지 못한지를 다툰 수없이 많은 결투장이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씬에는 이 두 개념이 흐릿해졌다. 장르와 주제의 다양화가 씬에 물결쳤고 신세대 아티스트들은 자신을 범주화하고 규정짓기를 거부한다. 아티스트들에게 누가 더 리얼한 엠씨인지는 이제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 시대에 ‘리얼엠씨’는 과거 힙합에서나 쓰이는 고리타분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출소 이후로 정말 쉬지 않고 작업물을 발표하고 있는 뱃사공. [리얼엠씨]는 뱃사공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 가운데 가장 단순한 무언가를 담고 있다. 랩의 톤은 한결 가라앉았으며 라이밍과 플로우도 비교적 단순하게 변했다. 가사에선 즉흥성이 묻어나며 전반적으로 힘이 많이 빠져 있다는 인상을 준다. 최근 뱃사공과 재달이 치트키, 이슬림탄탄, GGM 킴보 등의 아티스트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리얼엠씨]에는 실제로 이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이전보다 창작에 있어서 더욱 자유로운 분위기를 보여주는 신세대 아티스트들을 보며 영향을 받는 베테랑 아티스트의 모습은 꽤나 신선하다. 하긴, 누군가 말했다시피 힙합은 영원히 젊어야만 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이런 역방향의 대물림은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이라고 볼 수 있겠다.
트랙리스트에 눈이 간다. 옛이야기, 리얼엠씨, onemic 등 어딘가 소위 ‘근본’의 냄새가 나는 단어들이 보인다. 특히 “옛이야기”라는 단어를 보면 자연스레 가리온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이 앨범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보이는 듯하다. 아 거기? 시작, 뿌리, 근본 그 어떤 단어를 갖다 대도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이 모든 것의 출발. 그 다음으로 피쳐링에 눈이 간다. 당혹스럽다. 트랙리스트가 가리키던 방향과는 어찌 보면 정반대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GGM 킴보, 러버보이, 남궁만, 이슬림탄탄 등 씬의 루키로 혜성같이 등장한 아티스트들이다. 과연 이 만남은 무엇이란 말인가.
앨범을 들어본다. 프로듀서 칠리가 주도한 비트들은 붐뱁 기반의 슴슴한 맛을 낸다. 이제까지 [기린], [파랑]에서 합을 맞췄던 것과 비교해보면 [리얼엠씨]는 둘의 만남에 있어서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첫 트랙 “옛이야기”는 ‘뱃사공은 언제부터 힙합이었는가?’에 대한 자전적 이야기다. 악에 받친 뱃사공의 외침 그리고 관객의 호응으로 시작하는 노래는 그의 삶을 초등학생 때부터 간단히 훑어 내린다. 전작보다 한참 가라앉은 톤의 랩은 청자에게 가사를 툭툭 던진다. 단순해진 구조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이어지는 앨범과 동명의 곡 “리얼엠씨”에서는 릴러말즈와 함께 여유로운 랩을 선보인다. “HAHA”에 참여한 GGM 킴보의 랩이 분위기를 환기하고 나면(물론 우리가 늘 아는 맛의 킴보다) “onemic”가 등장한다. 베이스와 드럼의 킥이 만들어내는 리듬 위에 놓인 뱃사공의 랩은 넘실대며 춤을 추는 듯하다. 함께한 러버보이의 퍼포먼스는 [리얼엠씨] 전체를 통틀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지점을 만들어낸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약 20년이라는 시간은 이 곡 안에서 전혀 의미를 갖지 못한다.
전작 [LIFE LOVER]를 떠올리게 하는(‘내 삶을 너무 사랑해’라는 구절 때문일 것이다) “따라해”는 뱃사공의 유려한 랩 퍼포먼스가 빛나는 순간이다. 베테랑의 능숙한 완급조절은 ‘쉬워보임의 미학’을 떠올리게 한다. 이와 더불어 비프리의 “느껴”를 오마주한 가사나 가사 전반에 묻어나는 삶에 대한 긍정 등은 이 곡이 앨범의 하이라이트를 차지하기에 충분한 이유를 제공한다. 이어지는 “머”에서 드러나는 그의 솔직함과 당당함은 뱃사공이라는 아티스트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다. ‘뭐 어쩔래’라는 단순한 말은 어쩌면 그가 기억하고 또 간직하고 있는 ‘리얼엠씨’의 덕목에 매우 부합하는 말일 것이다.
앨범의 묘미는 마지막 곡인 “리얼엠씨 remix”에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뱃사공을 있게 한 ‘리얼엠씨’라는 과거의 개념에 올라탄 씬의 현재들. 이들은 각자 ‘리얼엠씨’라는 개념을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여 비트 위에 풀어낸다. 이 조합이 주는 기묘한 분위기는 색다른 쾌감으로 전환된다. 생각해보라. 붐뱁 비트 위에 얹어진 치트키의 랩, 그리고 치트키가 뱉는 ‘리얼엠씨’라는 단어까지.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이 괴리감과 어색함에서 발생하는 청각적 쾌감이야 말로 이 곡의 정수라고 볼 수 있겠다.
‘아 뭐 어쩔 건데’라고 스스로 되뇌어보라. 이 말은 생각 외로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을 준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생각을 단순하게 할 필요가 있다. 삶이 어떻든지 단순한 생각과 단순한 마음으로 살아가기.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거부하기. 필요와 이유가 과할 정도로 넘쳐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과도함에 짓눌려 병들어간다. 만약 당신이 거대한 무언가 사이에 끼여 있다고 느낄 때, 말해보라. 아 뭐 어쩔 건데.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현재 뱃사공의 가사가 우리에게 지니는 의미는 단순함이다. 좋다면 좋은 거다. 산다는 것은 살아낸다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해낸다는 것이다. 뱃사공은 힙합을 사랑했고 그래서 ‘리얼엠씨’가 됐다. [리얼엠씨]를 듣는 우리 또한 단순함으로 세상의 복잡함에 맞서 살아내길 바란다.
아 뭐 어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