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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ck 6SEOUL by 식케이(Si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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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seoul
    Released in 2026. 2. 25. Wed
    Track List
    1. 2AM in ITW
    2. 느끼는척하지마
    3. 마법
    4. PLAYER (feat. Crush)
    5. BETTER
    6. STAY on FIRE (feat. DEAN)
    7. 눈감아줄게 (feat. 김하온 (HAON))
    8. M.I.A (feat. 김하온 (HAON), JMIN)
    9. somesomesome x3
    10. DAYDREAM
    11. NAMSAN TOWER (feat. LEY)
    12. TOXICK
    13. THAT IS ME
    14. PLACEs & EXes
    15. TRAP (feat. Jimmy Paige)

    해외 축구를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세계 각지 도시들에 대한 선입견들이 생기곤 한다. 어떤 도시는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도시로, 또 어떤 도시는 차갑고 냉혈한 곳으로 말이다. 이러한 선입견들은 각 도시를 대표하는 축구 클럽들 그리고 그 팬들의 이미지들의 결과이다. 힙합 역시 마찬가지이다. Atlanta를 떠올리면 Gucci Mane과 T.I.가 만들어낸 트랩 사운드가, Los Angeles를 떠올리면 Dr. Dre와 Snoop Dogg의 지펑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처럼, 한 아티스트 혹은 한 집단의 음악이 결국 도시의 이미지를 규정해버리는 순간이 존재한다. 이렇게 하나의 사운드가 하나의 도시를 대표하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사운드’라는 개념의 탄생을 목격한다.

    서울은 여전히 서울이고, 우리는 여전히 우리인 오늘. 그 익숙함 위에서, 식케이는 또 한 번 다른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다. 반복되는 차용과 변형 속에서, 이제 한국 힙합은 더 이상 ‘어디에서 왔는가’로 설명되지 않는다. 본토의 특정한 사운드를 가져와 새로운 언어로 번역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설득력을 얻을 수 있던 방식은 이미 소진되었고, 해외 메인스트림 음악을 한국어로 재현한다는 사실만으로는 고유성을 증명할 수 없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식케이는 정확히 이 지점에서 방향을 틀었다. 2026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힙합 음반상을 수상한 [K-FLIP+]이 바로 그 전환점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업이다.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배열하는 방식으로 식케이의 작업들은 더 이상 차용이 아닌 재구성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차용에서 재구성으로 넘어온 그의 방향성은 다시 한 번 변화를 맞이한다. 이번에는 사운드의 출처 자체를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KC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유지해오던 레이지의 결을 벗고 식케이가 그의 네 번째 정규 [6SEOUL]에서 선택한 사운드는 다름 아닌 토론토의 OVO 사운드이다. 드럼 패턴이나 악기 구성으로 구분되는 다른 도시들의 사운드와 달리, Drake와 PARTYNEXTDOOR가 정립한 토론토의 사운드는 구조보다 분위기에 의해 성립한다. 강하게 전면에 나서는 비트보다는 끈적하게 눌러붙는 808과 보컬의 톤이 전체를 이끄는 ‘분위기 중심’의 음악이다. 이 ‘분위기 중심’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느슨한 사운드를 의미하지 않는다. 토론토와 뉴욕, 그리고 서울의 야경은 사실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늦은 밤에도 꺼지지 않는 불빛, 빠르게 이동하는 차량의 흐름, 고층 건물 사이를 채우는 인공적인 조도, 그리고 그 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흔적까지. 도시의 구조만 놓고 보면 이들은 상당 부분 겹쳐져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공간들을 서로 다른 도시로 인식할 수 있는 이유는 결국 두 가지 요소로 압축된다. 그 공간을 점유하는 사람들의 태도, 그리고 도시를 상징하는 구조물과 심볼. 이 두 가지가 결합되면서 비로소 하나의 풍경은 특정한 장소로 고정된다. 식케이는 바로 이 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한다. 그는 토론토의 사운드를 단순히 장르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내재된 분위기를 분리해낸다. 그리고 그 분위기를 서울이라는 도시 위에 다시 겹쳐 놓는다. 결과적으로 이 작업은 단순한 모방이나 이식이 아니라, 감각의 재구성에 가깝다. 토론토의 무드가 서울의 야경 위에 겹쳐지는 순간, 익숙한 풍경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읽히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식케이가 토론토 사운드의 문법을 그대로 답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본 장르의 대표 주자로 불리우는 PARTYNEXTDOOR의 개인 작업물들과 비교해보면 [6SEOUL]에서 구축된 이른바 ‘서울 사운드’는 분명히 다른 결을 갖는다. 같은 얼터너티브 R&B와 트랩소울의 문법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이 앨범은 구성의 밀도와 전개 방식, 악기 사용과 심지어는 튠 사용에서도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자칫 단조롭게 흘러갈 수 있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앨범은 후반부로 갈수록 오히려 더 명확한 방향성을 드러낸다. 김하온, JMIN, LEY와 같은 피처링들은 단순한 참여를 넘어, 전체적인 무드에 숨구멍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수행하며 곡과 곡 사이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확장시킨다.

    후반부에 배치된 “TOXICK”과 “PLACES & EXes”에서는 이러한 균형감이 더욱 분명해진다. 기존 그가 [POP A LOT]과 [HEADLINER]를 통해 보여주었던 팝적인 색이 그대로 살아있는 듯한 곡들을 삽입함으로 식케이는 ‘나의 음악’의 정체성을 굳건히 유지한다. 특히 크러쉬가 피쳐링으로 참여한 “PLAYER”에서는 박정현의 “P.S. I Love You”를 샘플링하며, [K-FLIP+]에서 보여주었던 샘플링 기반 재구성의 방식이 여전히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레퍼런스의 차용이 아니라, 기존 음악을 다시 자신의 문법 안으로 끌어와 재배치하는 식케이 특유의 방식이다.

    앨범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6SEOUL]은 곡과 곡 사이의 유기성이 완벽하며, 하나의 긴 무드 안에서 모든 가사가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앨범의 중심에 위치한 정서는 분명하지만, 그 안에서도 지속적으로 강약과 결이 조정되며 단조로움을 피한다. 결과적으로 본 작은 ‘섹스 음악’이라는 정서적 기반 위에서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서 끊임없는 디테일의 변주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더해 식케이 특유의 직설적이면서도 비틀린 작사 방식과 탄탄하게 구성된 비트 프로덕션이 결합되면서 전체적인 완성도는 한층 더 단단해진다. 결과적으로 [6SEOUL]은 식케이가 그동안 보여준 작업들 중에서도 가장 기본기에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정돈된 사운드를 구축한 작업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정제된 방식의 집요함이 존재한다.

    / In HOM-35
    Editor. 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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