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eased in 2026. 3. 21. Sat
Track List
- 음성메모_240831
- 풍전빌라
- 보호색
- 그래서 난 어떤 수모를 당했는가
- S.U.M.O
- 구멍
- 인간
- 잡음
- 인 타임
- 몇번의 겨울이 지났다
- 안헤도니아(w. 친형)
- 카멜레온
- 현재 느낌(w.엄마)
괴로웠던 과거는 트라우마가 되어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기억으로 남는다. 이럴 때 예술은 이를 직접 말하지 않고도 꺼내놓을 수 있는 언어가 되어주곤 한다. 미술치료가 그림을 통해 내면을 밖으로 그려내듯, [풍전빌라]는 음악이라는 형식을 빌려 한 사람의 기억을 끌어올리는 작품이다.
신인 뮤지션 틸이 의정부 가능동에서 보낸 어린 시절은 결코 평온하지 않았다. 위태로운 가정사와 지독한 가난 속에서 그는 괴로운 기억을 견디는 법과 동시에 이를 감추기 위한 ‘보호색’을 익혀야 했다. 그러나 음악 속 틸은 더 이상 이를 숨기지 않는다. 상처를 가리기보다 그대로 드러내는 선택을 했고, 그 과정에서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의 언어로 그려냈다.
이 과정을 단단하게 지탱해 준 존재는 함께 프로덕션을 총괄한 세우다. 그는 틸의 서사에 사운드를 통해 풍경을 덧입힌다. “풍전빌라”의 후면에 깔린 건반과 스트링은 기억의 잔상에 색을 입히고, “그래서 난 어떤 수모를 당했는가”에서는 ‘수모’라는 단어와 어긋나는 박수갈채를 배치해 역설을 통한 기묘한 긴장을 만든다. 이러한 장치들은 틸의 감정과 시선, 시간의 흐름을 언어가 아닌 방식으로 이어 붙이며 앨범을 하나의 구체적인 회고록으로 완성시킨다.
숨기고 싶었던 과거는 소리와 만나 그 베일을 벗는다. 자신만 알고 있던 감정과 기억은 친형과 어머니의 목소리를 통해 확장되고, 마침내 틸은 과거를 마주하고 회복하는 방식을 스스로 찾아냈다. 이제 카멜레온은 보호색을 벗고 온전히 자신의 모습으로 세상 앞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