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US OF interview
안녕하세요 DJ POOL님! HAUS OF MATTERS 인터뷰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앳에어리어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DJ POOL이라고 합니다.
DJ로 활동하시기 이전에, 파티 프로모터로서도 활동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DJ를 하며 제가 설 자리를 만들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파티 프로모터의 롤도 같이 수행하게 된 것 같아요. 20살 초반 즈음, 어린 마음에 답답했던 거죠. ‘나 DJ 잘하는 것 같은데 왜 안 껴주지?’(웃음). 친구들이랑 함께 내가 설 자리를 직접 만들어 봐야겠다 싶었어요.
마침 대학교 다니며 알게 된 형이 대학로에서 작은 바를 하신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곳에서 파티를 열었고, 제가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부른 다음에 제가 좋다고 생각한 음악들을 들려주었죠. 처음에는 그냥 학예회 수준이었어요.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악 틀고, 저도 재미있게 놀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시작했던 것 같아요.
꾸준하게 이런 활동을 하면서 ‘이때가 나의 전환점이었던 것 같다’라고 느낀 때가 있으셨나요? 이렇게 파티를 만들기 시작한 때가 본격적인 전환점이었던 것 같은데, 다른 시점을 꼽아보라면 입대겠네요. 훈련소에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런 삶을 살아보니 제가 진정 바랐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좀 보였어요. 음악이 너무 듣고 싶었던 거에요. 항상 MP3 들고 다니며 귀에 이어폰 꽂고 살았는데. 그리고 디제잉을 시작한 이후에 입대하니까 대학 가서 당구 처음 쳐보면 자려고 누웠을 때 천장이 당구다이로 보이는 것처럼 트랙터가 눈에 선한거에요(웃음). 그래서 이걸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하고 훈련소에서 편지로 부모님께 바로 통보를 해버렸어요.
그렇게 결심하셨다니 전역 이후 바로 뮤지션으로서 복귀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하셨겠네요. 사실 입대 전에는 뮤지션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아마추어같은 실력과 태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제대 후에는 좀 더 진지해졌죠. 이제 파티를 열면 지인들이 모르는 사람을 함께 데리고 오니까. 이 분들은 좋은 시간을 보내러 온 사람들일 텐데, 나 때문에 망가져 만족하지 못한다면 다시는 나를 찾지 않을테니까 열심히 노력했죠. 아마추어스러운 태도와 이것들이 섞이면서 조금씩 성장한 것 같아요.
말씀해주신 ‘아마추어스러운 태도’는 어떤 것일까요? 음악적인 것에 관해서는 저밖에 모르는 부분? 이게 정말로 순수한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지점인 것 같아요. 물론 자기만 좋고 즐거운 음악을 하는 건 피해야겠죠. 근데 반대로 모두가 즐거워도 내가 즐겁지 않은 음악을 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즐거워야 그 순간이 의미가 있다고 느끼거든요. 그래서 이 에너지를 어떻게 퍼뜨려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성장하는 아마추어의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태도로 쭉 음악을 해오시다 앳에어리어에 들어가게 되었죠. 여기저기 큰 파티 라인업에 많이 올라갔던 시기가 있어요. 휘민이는 이런 파티 라인업에 제가 올라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전에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였는데 휘민이는 제가 당시에 다른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줄 알고 아쉬워 하더라고요. 이후에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하게 됐죠.
계약 당시 어떤 감정이셨는지도 궁금해요. 제가 래퍼나 싱어 같은 버벌 아티스트였다면 당시에 너무 좋아했을 거예요. 근데 사실 계약 당시에는 ‘나 혼자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지 않았나?’라는 명목이긴 했어요. 음악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보고 싶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앳에어리어 여야만 한다!’는 감정은 아니었을 수 있지만, 이후에 휘민이랑 규정이, 회사의 다른 아티스트, 직원 친구들도 많이 만나면서 들어오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처음에는 나 자신의 도약을 위해 들어왔지만, 들어와보니 다들 너무 좋은 사람들이고 이 사람들이 잘 돼야 나도 잘 되는 길로 나아간다고 느끼고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그러면 이후에 ‘앳에어리어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 이벤트가 있었을까요? 어.. 너무 많은데(웃음). 일단 본격적인 계약 전 레이블에 들어갈 의사가 확실해졌을 때쯤, 휘민이가 제미나이라는 아티스트랑 같이 투어를 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사실 처음에는 대단히 즐거운 뉴스는 아니긴 했어요. 많은 DJ 분들이 공감하겠지만, 80-90년대 과거의 백업 DJ들은 그 자리에서 곡을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행위들을 해왔어요. 근데 지금은 사실 짜여진 루틴 속에서 다른 점을 만들어내기가 힘들어요. 아티스트가 공연하는 과정이 이미 다 짜여 있고, 여기서 크게 벗어나기가 어렵거든요.
근데 이후에 제미나이를 몇 번 만나봤는데 좋은 음악을 하고 있는 멋진 아티스트인 거예요. 그리고 저를 그냥 자기 공연을 위한 백업 DJ 정도가 아니라, 제게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올 수 있는 루틴이나 퍼포먼스들을 더 많이 만들어보려 고민했어요. 제가 MPC를 가지고 연주하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적이 있는데 제미나이가 이런 것들도 체크하면서 함께 퍼포먼스를 가져보자는 제안도 던졌죠. 처음으로 이걸 선보였을 때, 휘민이는 제가 퍼포먼스 일부가 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 이런 거 너무 멋있고 누구도 해본 적 없는거 아니냐면서 좋아해줬어요. 앳에어리어가 아니었다면 제가 어떤 아티스트와 같이 투어를 다닐 일도, 나아가 기존 공연의 DJ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일도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너무 고마운 게, 제가 투어에 참여하겠다고 하자마자 투어 어나운스를 제미나이의 단독 투어가 아닌, 제미나이와 DJ POOL, 그리고 블라세의 투어로 공지를 해줬어요. 같은 선상의 투어 아티스트로 함께하게 된거죠.

DJ도 다른 포지션의 아티스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후에 개인 앨범 [GOTTA GO]를 발표했어요. 근 10여년 동안 계속 DJ로서 활동을 해오다가 프로듀서로서 앨범을 발표한 셈인데.
저는 제 커리어를 무척 사랑하기 때문에 사진이든 영상이든 저와 관련한 무언가를 남기려고 노력했어요. 항상 휘발성인 느낌이 너무 강한 거예요. DJ라는 게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커리어로서 남기려는 측면에서는 늘 아쉬웠어요. 그러다보니 내가 무엇을, 어떻게 남겨야 할지 계속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저에겐 다른 의미와 분위기를 가진 자리라고 할 지라도 똑같은 클럽에 있는 영상을 수십 개씩 보는 걸 다른 사람들은 원하진 않을 거란 말이에요.
그래서 그때부터 막연히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계속 만들었어요. 저라는 사람을 설명할 수 있을때 까지요. 처음으로 낸 음악은 죽을 때까지 제가 처음으로 낸 음악이잖아요. 그 부담에 씹어 먹혀서 5년을 그냥 뭔가 만들었다가 폐기하는 것 반복하면서 보냈던 것 같아요.
근데 그러다가 [GOTTA GO]가 발매되기 3개월 전에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면 내는 거고, 마음에 안 들면 나중에 내 거 아닌 척하지 뭐’ 같은 생각을 하게 됐죠(웃음). 마음을 좀 가볍게 먹으니 태도도, 생각도 많이 바뀌고 작업하는 방식도 많이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만드는 음악에 제가 할 줄 아는 모든 걸 녹이려 했거든요. 그러다보니 너무 난잡하고 어려운 거예요. 당연히 음악을 만드는 걸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니까 퀄리티가 좋을 수도 없고요. 근데 그 생각을 한 지 3개월 만에 [GOTTA GO]가 완성됐어요. 그냥 막 작업하다가 ‘아 이거 좋다, 재밌다, 이게 클럽에서 나오면 나는 재밌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그냥 회사에다 보내고, “이걸로 낼 테니까 날짜 잡아주세요” 해서 그냥 냈어요.

마인드의 문제였네요.
‘거장병’이었던 거죠(웃음). 사실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름 처음 들어보는 뮤지션이 처음으로 낸 음악일 뿐인 텐데. 하지만 저한테는 의미가 크니까 그쪽으로만 너무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커버도 일부러 장난스럽게 만들었어요. 제가 철권을 엄청 좋아해서 플라이어 만드는 친구 찾아가 ‘나 철권 좋아하니까 철권 캐릭터처럼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조금 더 과장되게, 보면 광대도 살짝 더 나오고 약간 사람인 듯 사람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해달라고 했거든요.

처음에는 커버의 저 사람이 DJ POOL이구나, 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웃음).
이번 “LOVA” 커버도 제작 과정이 비슷했어요. 구글에다가 ‘Worst Rap Cover’치면 나오는 이미지를 레퍼런스로 한 무더기 들고 갔죠. 무슨 말도 안 되는… 바퀴벌레 나오고…(웃음)
진짜 파보면 장난아니죠(웃음).
맞아요. 특히 90년대 멤피스 랩 앨범들은…(웃음). 저는 이런 자신감이 너무 좋더라고요.
코베(Kove)라고 굉장히 뛰어난 포토그래퍼 형이 있는데, 저를 옥상 같은 곳에 데리고 가서 사진을 찍어주셨어요. 저는 모델이 아니니 어색하게 포즈를 취하니까 형이 “중학생 때 수련회에 와서 친구들이랑 멋진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해라.”고 하셨어요. 그러니까 이 자세가 나온 거예요. 찍은 사진들 보면 다 저런 포즈로 있거든요(웃음)..
어쨌든 그런 식으로 마음을 비우니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떠올랐어요. 저는 ‘유머’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음악으로 웃기고 싶다는 게 아니라 ‘유머러스함이 느껴지는 포인트’를 잡는 거예요. 저는 과장되니까 웃기는 느낌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예전에 WWE에서 존 시나가 입장할 때 마피아들이 총 들고 서 있던 것 처럼요.
다 진짜가 아닌 걸 알지만 괜히 웅장해져서 웃긴 느낌이 들잖아요. 그런 느낌을 담으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동시에 우습기만 하면 안되니까 그 즐거움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에너지를 트랙들에 담는 데 기술적인 노력을 많이 들였죠.
앨범에 본격적으로 싣기 전에 파티에서 시험 삼아 플레이해 보셨다고 들었어요.
클럽에서 플레이 했을 때는 사운드 밸런스 외 별다른 수정은 없었어요. 플레이를 몇 번 해보니까 이거 DJ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서 같이 작업하고 있던 친구한테 이대로 가자고 했죠. 그리고 [GOTTA GO] 발매 직전인 3월 초에 클럽 볼레로가 리오픈을 하고, 제가 호스트로 들어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GOTTA GO The Remixes]가 나오기도 했죠.
리믹스 앨범은 앨범 제작 기획 단계부터 생각했어요. 음악이 만들어지자마자 DJ들한테 트랙과 함께 리믹스 요청을 보냈죠. 너무 고맙게도 세계 곳곳의 친구들이 응답을 해줘서 발매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거랑 별개로 동생 DJ들은 그냥 리믹스를 해서 보내준 거예요. 저는 이게 문화라고 생각해요. 사실 법적으로 보면 제 것을 가져다 마음대로 바꾼 거니까 제가 만약 이상한 사람이었으면 하지 말라고 했을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이게 문화를 소비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동네 꼬마애들이 뉴진스를 너무 좋아해서 포토카드를 50장 남짓 만들고 자기들끼리 300원, 500원씩 주고 판다고 해봐요. 이걸 뉴진스가 고소할까요? 이 친구들이 이 팬심을 기반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굉장히 고마움을 느꼈어요. 저는 리믹스 앨범을 통해 ‘이 트랙은 이런 식으로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 리믹스 앨범이 나오는 것과 별개로 동생들이 트랙을 보내준 것이 너무 고마웠죠.
리믹스 앨범은 각 DJ 분들의 개성이 최대한 살게끔 어떠한 터치도 안하셨겠네요. 어떤 소통도 없이 일단 보내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진행했어요. 이 사람들이 색다른 분위기로 제 곡을 재탄생시킬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연락을 보냈으니까요. 예상대로 각자의 아이덴티티가 잘 드러난 곡들이 나와서 만족스러웠고요.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던 DJ들이었는데 앨범 하나에 모두가 참여할 순 없잖아요. 이런 식으로 이름을 저와 함께 올릴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DJ로서 스테이지에서 플레이하는 것과 프로듀서로서 음악을 만드는 것은 작업 방식에서 차이가 있잖아요. 이러한 간극은 어떻게 극복하셨는지도 궁금하네요. DJ로서의 음악은 그냥 즐거웠거든요. 남들이 어렵게 만든 음악을 내 뜻대로 골라서 조합하면 되니까요. 그래서 음악을 만드는 과정도 즐겁겠지- 하고 시작을 해보니 마냥 그렇지는 않더라고요(웃음). [GOTTA GO]가 나오기까지 보냈던 5년 중에서 적어도 1년은 똑같은 음악을 계속 듣고 작은 차이점을 찾아내며 적응하고 연습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엄청 힘들었고, 같은 음악 작업이라도 다른 영역이라는 걸 실감했죠. 하지만 반대로 프로듀싱에 익숙해도 완성된 음악을 재조합해서 들려주는 것을 어렵게 느끼는 친구도 많거든요. 그러면 이것은 적응의 문제다, 경험의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 생각하고 노력을 엄청 들였어요. 계속 만들어 보는 연습을 한거죠. 그러다보니 프로세스에 차차 적응을 했고요.
어떻게 보면 그 5년이라는 고민의 시간이, 프로듀서로서의 퀄리티 업에 집중하는 시간이기도 했었겠네요.
그렇죠. 퀄리티 업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고, 그냥 최소한의 자질을 갖추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건물 지을 때도 기초 공사가 오래 걸리지만 이후에 건물은 금방 세우잖아요. 그 5년이 [GOTTA GO]를 위한 기초공사 시간이었다고 생각이 드네요. 이번에 공개한 싱글 “LOVA”도 훨씬 더 수월하게 만들었을 것 같아요.
5년이라는 시간을 [GOTTA GO]에 투자했다고 한다면, “LOVA”는 빠르게 나온 셈이죠. 혹시 Bobby Caldwell이라는 아티스트 아세요? Bobby Caldwell이 2023년에 돌아가셨잖아요. 제가 그때 미국에 있었어요. 괜히 기분이 이상한 거예요. 한국에 있었을 때 그 소식을 들었다면 ‘아, 그 아저씨도 이제 떠났구나. 세월이 흘렀구나’ 정도의 감흥이었을 텐데. 제가 미국에 있을 때 그 뉴스를 들으니까 왠지 더 슬픈 거예요. 그 아저씨 음악을 중학교 때부터 처음 들었고, 너무 좋아했던 아티스트거든요.
그런데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고 있으니, 사라진 건 육체뿐일지도 모른다’는 다소 뻔할 수 있는 위로를 해보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이 점점 더 맞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내가 이세상을 떠난다 해도 나의 흔적이 남아 있다면, 나는 떠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이게 꼭 죽는 게 아니더라도 제가 음악을 그만두게 된다면 DJ POOL은 없어지는 거잖아요. 그때도 누군가가 내 음악을 듣고 있다면, DJ POOL은 어딘가에 살아있는 느낌을 받을 것 같은 거예요. 이 생각이 들었던 것이 [GOTTA GO] 작업하기 한참 전이었고, 앨범을 작업하는 데도 영향을 줬죠.
이후에 “LOVA”를 만들 때는 이 연장선으로 사랑 노래를 하나 남기고 싶었어요. 이거 좀 웃긴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누나가 발라드를 너무 좋아해서 예전에는 사랑 노래 엄청 싫어했거든요(웃음). 근데 지금쯤 되니까 저도 사랑과 관련한 음악을 남겨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당시 제가 퐁크에 빠져 있었거든요. 퐁크도 이성 사이의 열정적인 관계를 다룬 이야기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조금 비틀어보면 사랑과 관련한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어요. 훅 가사는 제가 썼는데, 처음에는 좀 멜로하게 가볼까 하다가 아무래도 곡 에너지라는게 있다보니 좀 엇나간 사랑 이야기를 써보고 싶더라고요. ‘너는 아무 데도 가지 마라, 네가 어디론가 떠나면 그 향기 맡아서 쫓아갈 거야.’ 그래서 “LOVA”의 이야기는 연극처럼 쓰인 것 같아요.
그 연극의 배우로서 제미나이랑 쿠기 님이 참여하셨죠.
처음엔 쿠기 형이랑 뭔가 하나 해보려고 곡을 보낸 상황이었어요. 그 상황에서 이것저것 만들다 나온 게 “LOVA” 비트거든요. 그래서 이것도 보내봤는데 반응이 좋아서 혹시 함께 작업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는데 흔쾌히 함께하자고 해서 너무 좋았죠. 쿠기 형은 많은 사람들이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잖아요? 이후에 제미나이랑 공연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걸 들려줬는데 자기도 함께 해보고 싶다는 거예요. 그렇게 쿠기 형과 제미나이, 저, 셋이서 함께하게 됐어요. 두 사람이 제 곡을 마음에 들어 해준 거라 너무 고마웠습니다.

앳에어리어에서의 시작도 제미나이님과 함께한 투어였고, 이번에도 제미나이님이랑 함께 하셨네요. DJ POOL님이 생각하시는 제미나이님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재민이(제미나이)가 알앤비 아티스트지만, 원래는 비보이 출신이거든요. 20대 초까지 현역으로 배틀도 나갔다고 해요. 휘민이랑 재민이가 동네 친구인데, 휘민이가 재민이의 아티스트로서의 가능성을 보고 그루비룸의 도움을 받아 제미나이라는 아티스트가 탄생했습니다. 그래서 동네에서 보이는 활발한 아이같은 에너지도, 비보이로서의 대담함과 알앤비 아티스트로서의 감수성도 보이는, 되게 복합적인 매력을 지닌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여려보이지만 동시에 남성적인 이미지도 있고.
그 간극이 재밌네요. 아까 DJ POOL님도 Bobby Caldwell을 좋아한다고 하셨잖아요.
어떻게 보면 저랑 그런 부분이 통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전 멜로한 음악이랑 재즈도 엄청 좋아하거든요. 얼마 전에 윤석철 님을 만나서 너무 신났어요. 윤석철 님이 운영하시는 에반스에 가보기도 했고요.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스스로를 둘로 나눠서 생각하는 편이에요. DJ POOL이라는 존재가 따로 있고, 제 본명인 이종현이라는 사람이 그걸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제 기준에서 DJ POOL은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가고, 그냥 음악만 틀어놓으면 계속 돌아가는 하나의 퍼스널리티에 가까워요. 그 외의 것은 전부 이종현이 맡고 있고요. 이렇게 나눠 생각하는 게 더 편하더라고요. 살아가면서 절망적인 일이 생겼을 때 DJ POOL에게 그런 일이 닥친다고 생각하면 너무 슬퍼지는데 이종현이라는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웃음). 제 캐릭터를 사랑하는 만큼, 그걸 너무 자주 꺼내 쓰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퐁크 이야기를 주셨잖아요. [GOTTA GO] 때도 남미 음악을 많이 차용했던 걸로 알고 있어요. DJ POOL님께서 생각하시는 남미음악 특유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굉장히 직선적이라고 해야 될까요? 좋고 싫음을 돌려 말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저는 그게 좀 귀찮거든요. 여기에는 그런 게 아예 없는 거예요. 가사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직선적이고 사운드도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것을 막 쏟아 넣는 거예요. 이런 태도에서 진솔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이 사람들은 이렇게 살고, 이렇게 생각하니까 가감 없이 음악에 담는구나. 이게 힙합 아닐까? 힙합스러운 애티튜드에 대해서 제 나름의 기준이 있는데, 재밌게도 남미 음악이 여기에 부합하는 것 같아요.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거든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아티스트도 있을까요?
Bonde do Vinho라는 그룹이 있어요. 지금은 다 아저씨들인데. 정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앨범을 들어보면 구조 자체는 굉장히 단순하고, 드럼도 다 똑같거든요. 근데 여기다 8비트 게임기에서 들을 법한 멜로디 소스를 가지고 와서 특정한 리듬으로 올려요. 굉장히 단순한 패턴의 음악인데 너무 신나요. 여기다 훅 같은 것도 없이 막 부르는데, 포르투갈어 특유의 어감이 맞물려 만들어지는 최면 같은 느낌이 너무 좋거든요. 그래서 브라질 음악이 좀 궁금할 때, 이걸 몇 번 들어보면 왜 이 사운드를 좋아하는지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아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도 이러한 남미 사운드를 쭉 밀고 나가실 생각이신가요?
농도가 짙어지거나 옅어지거나의 정도는 있겠지만 그럴 것 같아요. 지금 남미 음악에 대한 마음이 많이 커져 있어서, 이게 사그라들려면 시간이 좀 걸릴것 같아요.
앞으로 발매하는 작업물도 계속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더블 싱글
민식이(식케이)와 가까운 사이지만 다들 바쁘니까 자주 연락은 못해요. 근데 갑자기 집으로 오라고 연락이 왔어요. 일단 노트북 들고 찾아가서 요즘 만들고 있던 것들 몇 개 들려줬죠. 그러니까 민식이가 자기가 만들고 싶어하는 느낌의 멜로디를 몇 개 들려줬고, 이후에 만들었던 멜로디가 이번 VIP의 그것이에요. 그 자리에서 드럼 깔고 녹음 하고, 도중에 하온이가 들어와서 녹음해버리고. 그렇게 탄생한 곡입니다. 이게 뭐지? 진짜 나오나? 생각했죠(웃음).
이후에 몇 번의 편곡을 거치면서 [KC 2.5]에 수록된 “DJ POOL DON’T STOP”으로 바뀌었어요. 둘 다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거의 다른 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좀 아쉬웠는데, 앨범을 쭉 들어보니까 이게 맞는 선택이었던 거예요. 사람이 확실히 감각이라는 것이 있나보다, 라는 것을 느꼈죠. 만약에 저도 [KC 2.5]의 전체적인 구성을 알았다면 편곡 후의 버전을 수록했을 것 같아요.
이후 원곡(VIP)은 제 개인적인 소장물이라 생각하고 클럽에서 플레이를 했는데,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KC 2.5]가 많은 관심을 받았던 만큼 사람들이 이 곡을 알고 있었지만 ‘내가 알고 있는 곡이랑 다르네?’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보였어요. 이후에 휘민이한테 “LOVA”를 작업하면서 이 곡도 같이 들려주니까 그냥 두개 함께 발매하자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KC 친구들의 보컬이 올라가 있는게 좋을 것 같다고.
[GOTTA GO]에 보면 “THOOTHIE VIP”라는 곡이 있어요. 블라세한테 “뚜띠”라는 곡을 보낸 후에 뭔가 아쉬워서 만지다 보니까 탄생한 곡이에요. 그래서 이번에도 VIP로 내기로 하고, 민식이한테도 연락했는데 주저없이 ‘고고’ 두 글자로 답장 와서 진행하게 됐어요. 자기 레이블 앨범에 수록된 동명의 곡인데도 굉장히 흔쾌하게 허락해 주고, 발매 관련으로 정리하는 것도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나오게 됐어요. 굉장히 고마운 일이죠. [KC 2.5]를 들어주셨던 분들이 이 곡도 같이 들어주시는 것 같은데 그분들께도 고맙고, 민식이와 휘민이한테도 고맙고, 고마운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웃음).
[KC 2.5] 트랙리스트에 DJ POOL 네임이 박혔잖아요. 보고 나서 어떠셨나요?
뭐 그냥 좀 당황한…(웃음) 저는 곡 제목이 그렇게 될지 몰랐어요. “DON’T STOP” 정도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DJ POOL, DON”T STOP”이라고 그냥 제 이름을 박아놨더라고요. 좀 얼떨떨하긴 했어요. 이거 꽤 많이 들을 텐데,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내 이름을 알겠네? 기분 좋으면서도 신기했어요. 저도 KC 음악 좋아하니까. 그런 사람들이 내 이름을 곡에다가 넣었네? 생각이 들었죠.
아이스크림 트럭 이벤트 때 트랙리스트가 선공개 됐잖아요. 사람들이 “DJ POOL이 누구냐”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고.
그 관심 덕에 꽤 많은 분들이 지금 
제 친구가 인터넷에 쓰인 리뷰를 캡처해서 보내준 적이 있었는데 ‘DJ POOL은 누군지 모르겠지만 김하온이 이렇게 찾는 걸 보니 좋은 사람인 것 같다’ 라고 쓰여 있더라고요(웃음). 굉장히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어요.
오늘 이야기 나눠보니까 좋으신 분 맞는 거 같아요(웃음).
감사합니다(웃음)
이 곡이 나온 이후에 DJ POOL 님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는지도 궁금하네요.
사실 막 체감이 되지는 않았어요. 그 곡 때문에 DJ POOL이 누구지? 하면서 막 찾아볼 것 같지도 않았고요. 근데 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굉장히 좋아해 주셨어요.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주신 분들도 계시고. 그리고 이 곡이 노래방에 올라갔더라고요. 예전에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다 부른 거 올리기도 했어요. 제가 살면서 노래방에서 제 이름 박힌 곡을 부를 줄은 꿈에도 몰랐죠.

다른 방식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일도 있었는데..(웃음) 얼마 전에 쇼미더머니 프로듀서 특별 공연에 참여해 주셨잖아요.
사실 공연하고 나서 방송 전부터 많은 분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으실 걸 알고 있었어요(웃음).
DJ가 플레이하면서 네임드랍하고 애드립 던지는 거, 언더그라운드나 클럽 공연 같은 데서는 되게 자연스러운 그림이잖아요. 이게 쇼미더머니를 보는 사람들한테는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쇼미더머니에서 그런 그림이 나왔다는 게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분들이 충분히 그렇게 반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서 속상하거나 슬프다는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어요. 저 역시 이해 못하는 공연과 음악이 많거든요. 저희는 다른 방향의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었지만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에너지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하신 분들이 계실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로선 굉장히 고마웠던 것도 있어요. “DJ 시끄럽네”라고 할 수도 있는데, “DJ POOL 시끄럽네”라고 해주는(웃음). 제 이름을 기억해준다는 점이 굉장히 고맙죠. 나아가 댓글창에선 DJ가 본래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오가잖아요. 그래도 저를 포함해 무대에 올라간 모두가 보여주고 싶었던 에너지가 있었고 의상, 장치 하나하나 모두 이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은 있습니다.
일반적인 방송에서는 볼 수 없을 무대를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얼마 전에 휘민님이랑 인터뷰를 가진 적 있었는데 휘민님도 쇼미더머니에서 방송이라는거 신경 쓰지 말고 보여줄 수 있는 멋진 것들 다 보여주려는 마인드셨거든요.
제가 너무 스포트라이트를 뺏는 것 같아서 약간 망설여지긴 했어요. 이 그림이 정말 예쁘게 나올 지 휘민이랑도 이야기를 나눠 봤고요. 근데 휘민이가 “예쁘게 나오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 하는 거다”라고 말해줘서 믿고 하기로 했죠. 그래도 사실 욕 많이 먹을 줄 알긴 했어요. 처음 공연 영상을 딱 받아보니까 제가 휘민이보다 화면에 더 많이 잡히는 거예요. 아마 제가 말을 많이 하니까 잡아주신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무대의 주인공은 휘민이가 맞으니까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바꾼 거거든요. 지금도 반응이 이런데 수정 전으로 나갔으면..(웃음). 아무튼 나온 거 보고 ‘이거는 아무리 봐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휘민이가 DJ Swamp Izzo를 이야기해 줬어요. 너무 끼어든다고 욕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근데 그걸 재밌는 유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요. 그러니까 어느순간 Swamp Izzo한테 정을 보내는 방법 자체가 그냥 “Shut the fuck up”이 된거죠. 그냥 그런 행동 자체를 우리나라에서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을 거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무대 자체는 저희가 의도한 대로 진행되지 않았나 싶어요. 아까부터 계속 강조했지만 분명한 무대의 의도가 있었고, 저는 그 의도를 이해했고, 그 이해한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을 한 거니까요.
제가 댓글을 좀 봤는데, “DJ 좀 조용히 해라”가 아니라 “DJ POOL, 이번에는 좀 멈췄으면 좋겠다” 이런 댓글들도 보이니까(웃음).
(웃음) 그분들은 “DJ POOL, DON”T STOP”을 들었다는 거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 감사했던 거죠 사실.
DJ POOL이 어떤 뮤지션인지 알고 행적을 쫓아왔다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너무 감사한거죠. 혹여나 시청에 불편함을 드렸다면, 그거는 제가 어쩔 수가 없어요. 저도 멈추게 하고 싶어도 영상인데 어떻게 조용히 시키겠습니까. 근데 방송으로 보시는 분들은 그렇게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착한 척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저도 보고 느꼈으니까요.
아마 멘트 사이에 “mo-fucking”을 넣었으면. 묵음처리돼서 적당히 나올 수도 있겠다 싶은데(웃음).
원래는 진짜 마이크에 대고 그런 말들도 하죠. 근데 방송이니까 안 했거든요. 할 걸 그랬어요(웃음).

3월 14일에는 “LOVA” 릴리즈 파티를 진행하셨죠. 8시간 동안 12팀의 디제이 분들과 백투백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한동안 파티를 열지 않았지만 릴리즈 파티는 꼭 진행하고 싶었는데 뭔가 다른 파티들과 차별점을 두고 싶었어요. 제가 차별성 중독자거든요(웃음). 예전에 케이크샵(Cakeshop)에서 6시간 백투백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되게 재밌게 플레이했던 기억이 떠올라 이번에는 8시간 동안 해보기로 했죠.
사실 저는 8시간 백투백이 제가 최초인 줄 알았어요. 많은 존경을 받고있는 DJ 앤도우(DJ ANDOW) 형님이 예전에 소프에서 올나잇 백투백을 가진 적이 있는데, 저는 그때 그게 7시간이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당시 기록한 내용을 형이 보여주셨는데 484분 플레이를 하셨다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깔끔하게 500분 채운다!는 마음가짐으로 갔죠. 제가 파티에 임팩트를 더하기 위해서 엄청 큰 크로스핏 시계를 샀거든요. 이걸 설치하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10시에 시작을 했고, 호기롭게 아침 6시 20분까지 하겠다!…고 외쳤는데 아침 6시 다 돼 가니까 진짜 죽을 맛인 거예요(웃음). 행군하고 온 느낌이랄까. 시간을 보니까 8시간 2분(482분) 지난 상황이었고, 앤도우 형님 기록이 484분이니까 이 악물고 음악 틀어서 토탈 487분 35초 기록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스토리 봤어요. 딱 팔 벌리면서(웃음).
맞아요(웃음).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엄청 떨렸어요. 처음에는 차별점 있는 파티 정도로 여겼는데 시작하기 직전에는 이것이 릴리즈 파티고, 새로운 곡을 릴리즈했다는 사실보다 ‘DJ로서 의미 있는 도전’을 한다는 생각으로 더 집중해서 참여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DJ 커리어에서 하나의 큰 족적을 남긴 셈이죠.
그렇죠. 8시간 동안 그냥 거기서 버티고 서 있었다,가 아니라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8시간 동안 다양한 음악을 들려줄 만한 라이브러리를 갖췄다는 것을, 음악 풀을 이만큼이나 넓게 가지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자리였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엄청 조심스러웠던 것 같아요.
방금 풀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음악 풀이 넓다는 의미에서 DJ POOL인 걸까요?
그건 아니고, 그냥 돈 많이 벌면 풀장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서 DJ POOL로 지었습니다(웃음).
직관적이네요(웃음). 풀장 딸린 집을 살 수 있기까지 얼마만큼 왔다고 생각하세요?
생각할 레벨도 못 온 것 같은데 아직(웃음).
그래도 계속 DJ로서 입지를 다지며, 뮤지션으로서의 메인 밸류를 점점 높여가고 계시니까. 그 꿈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저도 믿고 있겠습니다.
인터뷰도 막바지입니다. DJ POOL님께서 생각하시는 DJ 씬은 지금 어떤 상황인 것 같으세요?
먼저 제가 씬을 대표해서 이야기하는 건 절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보다 더 다양하고 많은 음악을 다루는 사람들도 계시고, 제가 전혀 다뤄보지 않았던 음악을 다루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저라는 개인이 봤을 때는 굉장히 재밌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의미로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사람들이 그리워했던 옛날의 어떤 에너지가 요즘에 조금씩 보일 때가 있어요. 여러 시기가 있었잖아요. 클럽이라는 장소 자체가 안 좋은 인식을 가지던 시기도 있었고, 물리적으로 영업을 할 수 없던 시기도 있었고. 이제는 그래도 활기를 띠면서 예전의 모습을 조금씩 되찾는 것 같아요.
클럽이라는게 팬시한 비즈니스 같아보이지만 실제로 와서 소비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지금이지만 클럽에 가는 경험은 그렇지가 않거든요.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웹상의 가면을 쓰지 않은 진짜 인간 본연의 모습을 하고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디지털 네이키드 상태인 거죠. 이게 더 본질에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클럽은 ‘내려놔야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DJ를 꿈꾸는 친구들이 많아진 것도 되게 큰 것 같아요. 날씨가 풀리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해요.
더 아까의 질문에서 확장해서, 한국의 블랙 뮤직 씬에서 DJ는 어떠한 존재라고 생각하시는지.
저는 사실 아직도 DJ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고 생각해요. 화가 난다기보다 그냥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누가 저한테 이거를 한 10년 전쯤에 물어봤으면 열변을 토하면서 DJ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이야기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이해가 가요. DJ들도 이걸 적극적으로 설명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DJ들이 스스로 나서서 본인들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고, 왜 필요한 직업이며, 음악적으로 어떤 밸류를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설명하지 않는데 누가 그걸 알아줄 수 있을까 싶어요. 흑인음악 커뮤니티 안에서 DJ라는 단어의 밸류는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아직 많이 낮다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매력적인 포지션이라고 생각을 해요. 원래 선진국일수록 성장률이 낮잖아요. 근데 DJ라는 포지션은 개발도상국 같은 거예요. 근데 정말 가능성 있는 개발도상국이거든요. 이 안에 있는 사람들 엄청 노력하고 있고, 똑똑한 사람도 많고, 재능 있는 사람도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저는 금방 이 DJ라는 개발도상국이 곧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면 혹시 발전을 위해 준비하고 계신 것이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저는 DJ의 밸류를 믿고 있기 때문에, 그 밸류를 가장 크게 터뜨릴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의외의 사람들일 수도 있고, 이미 이들을 알고 있는 분들은 너무나 당연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확실한 것은 이 무브먼트를 관심 가지고 지켜봐 주신다면, 힙합씬과 관련해서 여러 이야기를 즐기는 분들이 지금 이상의 즐거움을 생각지 못한 다른 음악에서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얘기를 드리고 싶어요.
어떠한 무브먼트를 보여주실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제 인터뷰가 마무리되었는데,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보고 있는 HAUS OF MATTERS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를 모르는 분들이 이 긴 인터뷰를 읽어주셨다면 먼저 큰 감사를 드리고 싶어요. 저라는 사람, 그리고 DJ라는 직업과 이들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음악이라는 것을 특별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김치같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집 김치, 옆집 김치 맛 다 다르고 선호도도 다르지만 그걸로 싸우진 않잖아요? 그냥 일상 속에 당연히 존재하는 어떤 물건처럼 생각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클럽이라는 공간에서 음악을 즐기는 것도, 클럽도, DJ도, 이외 다른 어떠한 형태의 음악들도 그러한 것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GOTTA GO]에도 김치가(웃음).
오 “FUNK DE KIMCHI”! 그래서 넣은 건 아닌데, 말이 되긴 하네요(웃음)
인터뷰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